“반도체가 더 작아지고 기능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패키징(포장) 기술이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만난 이병구(75) 네패스 회장은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의 30%도 안되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시스템 반도체와 반도체 패키징 분야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반도체 1등 국가가 되는데 네패스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네패스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기업이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 6월 발표한 ‘반도체 산업 종합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인텔, 대만 TSMC 등과 함께 ‘핵심 제조 기술을 가진 반도체 기업 10곳’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기업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생산은 설계와 전공정, 후공정으로 나뉜다. 애플·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반도체를 설계하면 대만 TSMC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웨이퍼에 반도체를 찍어내는 전공정을 맡는다. 웨이퍼에 새겨진 반도체 회로를 외부 단자와 연결하고, 충격에서 보호하는 포장을 하는 후공정이 네패스 같은 패키징 기업의 역할이다. LG반도체 출신인 이 회장은 1990년 네패스를 창업해 반도체용 화학약품을 국산화했고, 2000년 당시 한국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 진출했다. 그는 “미래를 생각했을 때 우리 산업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사업 분야를 정했고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회로 선폭이 수나노m(1나노m는 10억분의1m) 수준으로 좁아지면서 더 이상 반도체를 작게 만들기 힘든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네패스는 첨단 패키징 기술로 성능을 극대화하고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고 했다. 원래 반도체 패키징은 웨이퍼에서 각각의 반도체칩을 쪼갠 뒤 외부로 선과 회로를 빼고 포장하는 식이다. 하지만 네패스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패턴 형태로 직접 그려넣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원형인 반도체 웨이퍼를 사각형 패널 형태로 재배치한 뒤 대량으로 패키징하는 ‘패널레벨패키징(PLP)’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이 회장은 “전세계적으로 2~3개 업체만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 기존보다 5배 이상의 생산 효율을 자랑한다”면서 “30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똘똘 뭉쳐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한 결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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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건형 기자
[원문보기: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1/10/08/OGU3Q75YDJGOXETCN6SM2HZ2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