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는 얇은 실리콘 위에 회로를 새겨 칩을 제작하는 ‘전공정’과 제작된 칩을 기판과 금속선 등을 이용해 포장(패키징)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 네패스(29,500 0.00%)는 최근 초고성능 반도체를 0.9㎜ 두께로 패키징 하면서 원형 웨이퍼(지름 300㎜)가 아닌 정사각형 패널(가로세로 길이 600㎜)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는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징(FOPLP)’ 기술을 개발했다.
넷 다이(웨이퍼 혹은 패널 한 장 당 칩의 개수)를 1000개에서 1만개로 열 배 이상 늘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술이다. 원형 웨이퍼 가장자리에 낭비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생산성도 크게 끌어 올린다. 이병구 네패스 회장(사진)은 “FOPLP 등을 통해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극한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3년 내 매출 1조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최첨단 패키징 기술, 반도체 두께 0.4㎜
코스닥시장 상장사 네패스는 패키징 영역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회사다. 주로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칩을 받아 패키징해 반도체를 완성한다. 연간 110만4000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매출 구성은 내수 65% 수출 35% 이다. 작년 매출은 4184억원에 영업적자 164억원을 기록했다.
네패스는 스마트폰, 드론 등에 반도체를 넣을 수 있도록 칩을 경박단소(가볍고 얇고 짧고 작게)하게 패키징 하는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과거의 반도체는 검은색 지네 모양이었다. 그 크기가 칩에 비해 훨씬 컸다. 기판 위에 칩을 올리고 구리선 등을 이용해 지네발과 유사한 모양의 연결부를 만든 뒤 에폭시 수지를 올려 고정했기 때문이다. 구조가 복잡해 발열 문제도 심각했다.
이에 반해 네패스가 패키징한 반도체는 정사각형 칩 크기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 칩 바로 밑에 얇은 금속막을 입힌 뒤 레이저로 회로도를 인쇄하고 미세한 금속돌기를 이용해 전기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만드는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 기술을 2000년대에 개발했기 때문이다. 완성된 반도체의 두께는 0.4㎜에 불과했다. 네패스의 기술력을 인정한 해외 반도체 제조사들은 항공편으로 자사의 칩을 보내 패키징을 의뢰할 정도다.
○올해 매출 6060억원, 2년 사이 두 배 성장
네패스는 최첨단의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 개발 및 설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작년에도 충북 괴산에 도합 4만2962㎡ 공장 부지를 추가로 마련하고 WLP, FOPLP 등 첨단 패키징 설비를 들였다. 작년 영업적자는 이러한 설비투자와 관련 있다.
올해 네패스의 실적은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FOPLP 설비가 가동을 시작하면서 전체 생산 능력이 60% 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네패스가 올해 매출 6060억원에 영업이익 5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0년(3436억원) 대비 두 배 가까운 매출액 증가다.
그럼에도 네패스의 최근 3개월간 주가 흐름은 좋지 않다. 지난 1월 3만5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현재 2만90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회장은 “반도체 관련주가 최근 통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시장에서 아직 네패스의 WLP, FOPLP 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
[원문보기 :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4212779i]